[세하유리] 나도, 좋아해

루이벨라 2016-11-14 15

※  먼젓번에 썼던 『좋아해』 와 이어집니다.(전편을 읽고 오시는 걸 권장합니다.)

『좋아해』 가 세하 시점이었다면 이번에는 유리 시점.

※ 이외의 과거 날조주의






 한...7살 때였나?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정도 나이였다. 아빠의 직장 일로 인해 우리 가족은 모두 신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제부터 신서울에서 산다는 소식에 나는 신이 나 한창 이삿짐 옮기느라 바쁜 어른들을 뒤로 하고 근처 놀이터로 향했다. 내가 드디어 이곳에서 살고, 학교도 다니게 된다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아주 신났던 모양이었다.


 놀이터에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기는 했지만 난 그 아이들과 재밌게 놀았다. 술래잡기, 모래성 쌓기, 미끄럼틀 타기 등등...신서울의 첫날 기억이 아주 좋게 남을정도로 재밌게 놀았다.


 그렇게 한창 놀고 있는데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가 보였다. 초여름이라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짙은 후드를 푹 뒤집어쓴 내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말이다. 그 아이는 놀이터 안에서 제일 눈에 띄었지만 아무도 그 아이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예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가 이 자리에 없다는 듯 스쳐지나가는 게 고작이었다. 혹시 내 눈에만 보이는 귀신? 같은 존재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그 아이에게 다가가보았다.


 -얘!

 -...


 내 말을 못 들은걸까? 그 아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을 한걸음 옮기자 나랑 놀고 있던 아이 한명이 내 손을 콱 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단호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했다.


 다가가면 안되는 아이, 라고.


 다가가면 안되는 아이? 난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건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랬다. 난 그래서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왜 다가가면 안되는데? 그러자 되돌아온 답.


 쟨, 위험해, 라고.


 위험하다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같이 놀아줄 친구를 원하고 있는 아이 같았다. 내 손을 잡은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모래밭 한쪽 구석에서 조그맣게 모래성을 만들고 그 아이는...


 -...


 멈칫거렸던건 그 아이가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었다. 다만 멀리서 보았을 때와 가까이서 보았을 때가 조금 느낌이 다른 것에 놀랐던 것 뿐이었다. 멀리서는 그저 누군가가 다가와졌으면 하는 분위기라면, 가까이에서는...


 순간, 그 아이가 만들고 있던 모래성이 살짝 무너졌다.


 -...


 그렇다. 난 그 순간 그 아이가 모래성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조금만 다가가면...그 아이가 스르륵하고 무너져 결국 사라질거처럼 보였다.


 -얘...!

 -...?


 일단 그 아이를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자신을 부르는 거라는 깨닫자 그 아이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후드를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후드에 가려져 그나마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나마 기억났던 건,


 -너...눈이...

 -...!


 눈이, 너무도 영롱하게 빛나는, 예쁜 색의 노란색 눈동자였다는 것이었다. 너무 예뻐서, 예쁜 꽃을 보면 '너무 예쁘다!' 라는 반사작용과 같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눈이 예쁘다'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아이는 벌떡 일어나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정물화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거 같이 정적이었던 아이가 갑자기 움직이자 나도 못지않게 놀랐다. 그리고 보았다.


 잔뜩 겁에 질린 한 쌍의 황금색의 눈동자를.


 그 아이는 뒷걸음을 두어번 더 치더니 이내 달아나버렸다. 내 손을 잡았던 아이가 그러게 쟨 위험하다고 했잖아, 라고 나하고 마저 같이 놀자며 날 다시 원래 자리로 이끌고 갔다. 거의 끌려가다싶이 이끌려 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 뿐이었다.


 아니, 아니었다.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이는 겁에 질려있었다.


 힐끗 그 아이가 있던 모래밭을 보니 쌓고 있던 모래성이 형체를 알 수 없게 무너져내린 것이 보였다. 결국 해가 지도록 그 아이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이, 첫번째였다.




* * *




 -어, 엄마...응...응...아냐...괜찮아...! 응, 응...하아...어쩌겠어...내가 잘못한거라는데.


 터덜터덜. 집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웠던 적은 없었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고는 있지만...사실은...


 ...울거 같았다.


 난 운동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있었다. 특히, 검도에 말이다. 날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친구들, 사부님까지 내가 검도의 길로 가지 않으면 후회할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할 정도로, 검도에 특히 자신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관심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이겨**다고 생각했다.


 의욕도 충분했고, 컨디션도 좋았다.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타. 거기서 결정이 났다. 내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확정되어지는 순간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전광판에 내 이름이 뜨기만을 기다리는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내 이름이 아닌, 나와 상대했던 선수의 이름이 대신 뜬 것.


 혹시 대회측의 실수인가, 싶었다. 잠시 멍해있는데 심사위원 같은 몇몇 분이 날 찾아왔다. 서유리 선수 맞냐고. 맞다고 했다. 그리고 곧 나에게 이상한 질문을 했다.


 혹시 위상능력자냐, 고.


 위상능력자?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약간 어리둥절했다. 내 태도를 보자 심사위원측은 난처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심사위원 중 한분이 내게 말했다.


 나의 마지막 일격에, 위상력이 들어간게 확인되어졌다, 라고.




 나의 실격패였다. 위상능력자가 일반인들의 대회 속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난 대회 전에 검사를 다 받았다. 위상력은 없었다. 난 그저 운동 신경이 조금 뛰어난 사람이었을 뿐. 위상력은 대체로 어린 나이에 재현되는데 난 늦은 나이에 각성하게 된 특이 케이스 정도, 라는 말만 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에게는 더 이상 검도 대회를 나갈 수 없다, 라는 건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제일 자신 있던 분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는 그 기분은...말로 표현 못한다. 대회에서 우승한 상금으로 집에 보탬이라도 될 생각이었지만 이제 그마저도 못한다고 하니...암담했다.


 엄마와 통화를 겨우 끝냈다. 엄마한테 눈물이 나올거 같은 거 같은 기분을 숨기느라 진이 다 빠졌다. 난 우리 집에서 언제나 밝은 아이였다. 이런 내가 슬퍼한다는 걸 알면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겠는가.


 한창 집안이 어려웠던 시기에 난 검도를 택했다. 나 때문에 안 그래도 지출이 더 나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검도를 열심히 했다. 힘들면 그만두라는 부모님의 말에도 난 항상 웃으며 말했다. 안 힘들다고. 내가 좋아서 하는거라고. 반은 거짓말이고, 반은 진실이었지만 말이다.


 안 힘들다는 건 거짓말이다. 손에 잡히는 물집을 살짝 만지면 쓰라렸다. 어느 때는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너무 무거워 아침 연습을 나가기 싫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일어났다. 날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님과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나는 괜찮다, 이런 의미로.


 ...그런 인생의 목표 하나가 타의로 제거되어진거나 다름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와플 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다. 와플 가게 옆에 딸려있는 거울로 본 내 얼굴은...음...솔직한 감상을 말하면 최악이었다. 그 당시 내 얼굴은 바로 눈밑에 눈물 한방울만 찍으면 영락없이 울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울고 싶은가보구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어떻게든 기분을 평소 상태로 만들어야할텐데. 마침 옆에는 달콤한 와플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달콤한 걸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지도 몰라. 그렇게 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와플 하나를 시켰다. 생크림과 누텔라가 들어가고 딸기로 장식되어진 와플이었다. 2400원이라는 직원의 말에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는데 아차하는 순간 동전이 바닥에 모두 쏟아졌다. 허겁지겁 다시 줍는데, 이상하게도 말이다...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아, 지금 울면 안되는데...지금 울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가 걱정하실텐데...하지만 한번 울컥해진 기분은 바로 잡기 힘들었다.


 그때였다.


 -...여기요.


 멍하니 앉아있는 내 앞에 손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내가 떨어뜨린 동전이 담겨진 손이었다. 아, 도움을 받았다.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의 말을 해야할텐데...


 -감사...해요...

 -...


 아, 이런. 누가 봐도 울거 같은 목소리로 답하면 어떡해...그 사이 주문한 와플이 나왔다. 뒤에서 직원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몇번 들렸지만 뒤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내 앞에 있던 사람(동전을 대신 주워준 사람)이 가더니 나 대신 와플을 받았다. 게다가 돈도 자기 돈으로 낸거 같았다. 그리고 다가와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 되어버린것처럼 나에게 따끈한 와플과 동전, 그리고 휴지를 몇장 쥐어주었다. 계속 고개를 숙여서 몰랐는데 신강고 교복이 눈에 띄었다. 중간에 대회 때문에 나와서 몰랐는데 지금쯤 고등학교가 끝난 시간이었던 모양이었다. 넥타이 색으로 보니 나와 같은 1학년. 명찰에는...


 -...그럼 이만.

 -저...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하지. 주책맞게 멍하니 있다가 값도 대신 받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그러자 그 사람은 나를 보고(아마도) 말했다.


 -돈 안 갚아도 되니까, 걱정마요. 그리고...


 머뭇.


 -...억지로 참으면 안되는 때도 있어요.

 -...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되요.

 -...


 그 말이 끝이었다. 어떤 위로의 말도, 행동도 더는 없었다. 하지만...


 -흑...흑...


 처음 보는 사람앞에서 울었다. 무언가 마음 속에 뭉쳐있던 응어리가 서서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강박적으로 웃고만 있었다. 내가 슬퍼하면, 부모님이 더 슬퍼하거라는 단순한 논리 때문에 내 마음은 돌보고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계속 울고 있는 날 옆에서 끝까지 지켜주었다. 휴지가 젖으면 새 휴지를 내게 주는 식의 행동 등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창 울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차마 감사의 인사는 하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헤어졌다.


 결론적으로 그날 집에 가 이어서 더 울었다. 부모님은 말없이 우는 날 끌어안아주셨다. 한참을 울고나니 그제야 웃을 수 있는 기력이 생겼다.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그 사람을 생각했다. 분명 나와 같은 학교에, 학년에, 이름은 분명...


 그때 스치듯 본 명찰에는 '이세하' 라는 이름 석자가 써져있었다.




 그것이, 두번째였다.




* * *




 2학년으로 올라가서 <검은양>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유니온의 정식 요원이 되면 4급 공무원의 혜택이라는 소리에 난 클로저가 되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날 위로해준 여러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언제까지고 기 죽어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소집날...만나게 되었다.


 먼저 와 있던건지, 게임기에 한창 열중하고 있는 세하를 발견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같은 반이 되었지만 난 선뜻 세하에게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를 만들어가는 나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리고 세하는 반 아이들에 대해, 아니 학교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거 같았다. 가끔 게임을 같이하는 한석봉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 '제외' 라는 무리 속에 나도 들어가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고보니 신강고등학교에도 나와 같이 <검은양>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아이들이 2명 정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중 한명이 세하일줄은 몰랐다.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세하의 목에 팔을 걸며 인사를 나누었다.


 -뭐, 뭐야?! 누, 누구야?!


 누구라니. 참으로 서운한 말이었다. 난 계속 세하 널 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명색이 같은 반인데 말이다. 같은 반이라는 말에 세하는 약간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거저거, 항상 학교에서 짓는 표정이었다. 세하는 자꾸 말을 거는 내가 귀찮았는지 갑자기 얼굴을 굳히고 나에게 말했다.


 -...우리 엄마 알파퀸이야.


 응?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나의 태도에 세하는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그게 뭔 상관이라고? 난 알파퀸이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세하라는 사람은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집중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나?


 세하는 놀란 표정으로 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거와는 별개로 기분이 좋아졌다.


 적어도, 적어도 학교에서도 인사 정도는 간단히 나누는 친구 관계로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것이 공식적으로는 첫번째, 하지만 내게는 세번째 만남이었다.




* * *




 "...그때, 놀이터에서 모래성 쌓고 있는것도, 세하 너였지?"


 내게 팔베게를 하고 있는 세하한테 조심스레 물었다. 세하가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처음 이사를 온 날 놀이터에서 본, 그 아이와 같은 예쁜 금안이었다.


 "...그때 그 아이가 너인줄은 몰랐어."


 그때의 나는...사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을 가졌거든. 다가오면, 반드시 멀어질거라고 생각해서. 또다시, 상처받기 싫어서. 세하의 대답은 쓸쓸했다.


 "왜 그리 쓸쓸한 표정을 지어. 난 네 그런 표정 볼때마다 마음 아프다고~"


 세하 넌, 미소지을 때가 가장 멋있거든.


 어쨌든 나와 대화를 할 때나 임무를 나갈 때 항상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세하가 먼저 고백을 했을 때는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세하가 날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있잖아.

 -응?

 -나 말이야...

 -...?

 -...널 좋아해.


 널 좋아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세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린 시절, 처음 보았던 날 모래성을 쌓고 있던 그 때와 똑같이. 잠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좋아한다? 그게 무슨 뜻이더라...세하가 귀까지 빨개진 것을 보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세하가 날 좋아하는구나...좋아한다고, 먼저 말해주었구나...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세하한테 다가갔다. 거절의 대답이라 해도, 세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해주어야할거 같았다.


 -나 좀 봐.


 억지로 끌어올린 세하의 뺨은 홍조로 살짝 붉어져있었다. 그 모습이, 왜 그리 기뻤는지...


 기뻤던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하아...내가 먼저 말할려고 했는데! 헤헤~첫타자 뺏겨버렸네...?


 세하가 나에게 고백을 하고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세하가 날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나도...


 -나도야. 나도, 세하, 좋아해...!


 그 직후, 입술 주변에 작은 접촉사고가 났다. 따뜻하고, 따스했던...그런 류의 접촉사고였다.




 "언제부터 날 좋아했던거야?"

 "자각은 없었어."


 웃음기 있는 세하의 질문에 잠시 생각났던 과거 회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내 대답에 세하는 소리없이 웃었다. 세하는 참, 조용하게 웃는다. 그 웃음이, 너무 보기 좋다.


 그 웃음을 지을때마다, 금안이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니까.


 "그럼, 세하는 나의 어떤 점이 좋아?"

 "뭐라고 딱 꼬집을 순 없는데..."


 세하가 내 콧잔등을 살짝 쳤다. 사귀기 시작한 이후, 세하가 내게 곧장 하던 행동이었다. 의미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냥...너라는 존재가 내게 가랑비에 젖듯 천천히 스며들었어."


 참고로 세하는 꽤나 예쁜 표현을 많이 썼다. 지금 한 말과 같이.


 "눈치채고 나니 흠뻑 젖어있었지."

 "말도 참 예쁘게 한다."

 "오글거리는게 아니고?"


 흠...오글거리기도 하지. 손을 살짝 올려 세하의 눈두덩이 부근을 문질렀다. 그러고보니 세하는 속눈썹이 남자치고 길었다. 세하의 금안 안으로 내가 비쳐보였다.


 "세하 눈은 언제 봐도 예뻐."

 "너만 그렇게 생각할걸. 다른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막 피해다녔다고..."


 그래서 어린 시절에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도망간거구나...


 "아냐. 정말 예뻐. 그때 처음 만났을 때도 눈이 참 예쁘다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세하 네가 도망가버렸잖아."

 "...그때의 말을 지금에서야 하는거라고 해도 정말 그 소리 자주하는데?"

 "사실이니까. 감탄사 같은거야."


 그 감탄사 같은걸 또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지.


 내가...세하 널 정말 좋아한다, 같은 거?




 -좋아해...




 그때의 울림이 아직도 들리는 거 같다.


 그 말을 먼저 해준 것에 대해 정말로 고맙다.


 나도, 널 좋아하니까.






[작가의 말]



http://cafe.naver.com/closersunion/210187


감수성 높은 새벽에 글 끄적끄적거려봅니다.(공미포 약 6천자...헬프미...)


전편(?)에서 세하는 <검은양> 으로 들어왔을 때, 유리를 처음 본것처럼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 전에 스치듯이 몇번 만난 적은 있었답니다.(세하는 기억 못하지만 유리는 그걸 기억하는...)


현재 작가는 세하유리 회지 & 차기 연재작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작가의 어렸을 때부터 꿈이 종이책 내는 거여서요...)


그밖의 학교 생활 등등으로 바쁘긴 하지만, 이 글은 꼭 올리고 싶어서 올려봐요.



p.s.

작가가 세하유리 엄청 좋아하는 대표캐릭터가 슬비인건 묻지 말아주세요...(슬비가 너무 손에 잘 맞아서...)



추가 p.s.

회지 내기 진짜 힘들다...(창작의 고통)

세유 연성 같이 하실 분 없나요...

2024-10-24 23:12:1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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