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영웅

웨스커 2016-11-11 2

사람이 사람에 의해서 혼란을 겪던 때가 있었다. 서로를 증오하며 경계하고 이내 죽이고야 마는 세계였다.
사람들은 그때의 삶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때 기억 속 깊이 새겼던 평화는 우리를 전쟁으로 나서게 했다.
과거를 되돌리기 위한,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얻기 위한 때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그 때를 '차원 전쟁'이라 불렀다.
세계가 모든 과거의 분노,원한을 내던지고 연합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악에 의한 필사적인 발악에 의해 유니온(UNION)이 탄생한다.
그리고 가까스로 전쟁이 끝나 미증유의 평화를 얻어낸 지금, 혹자들은 말했다.
전쟁은 클로저를 만들었고 그들은 우연히 삶과 명예를 보장받게 되었다고….

과거, 수많은 클로저들이 죽어나간 전쟁에서… 우리를 바라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우리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마중을 나왔다. 우리는 특별했다.
아니, 특별하다 착각하고 있었다. 참으로 오만했던 시절이었다.
역전의 용사. 정식 명칭이 있었지만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렸었다.

어리고 어리석던 나는 그런 칭호가 잠시나마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는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였다.
우리의 활약에는 수많은 전우들이 함께 했다. 우리가 지휘형 차원종에게 다가가는 것을 목숨을 내던져 엄호했다.
우리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안된다고. 자신이 해내야만 한다고….
그것은 우리의 움직임 모두가 나의 목숨이 아닌 전우들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다른 지역 두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차원종이 나타났다. 만약 전력을 반으로 나누어 간다면
양쪽 모두가 괴멸해버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어디로 갈지를 갑론을박하다 시간을 낭비할 뿐이었다.

" 둘 다 구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우리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포기해선 안돼! "

나는 나지막이 외쳤으나 소년의 어리숙한 이상에 불과했다.
우리는 마치 신이라도 된 것 마냥 경제적 손실과 사람들의 수로 구할 도시를 결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부족한 클로저의 수로 인해 한 도시는 구했으나 다른 도시는 죽음의 땅이라도 된 것처럼 피폐해져 있었다.
그 곳은 이미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나를 몇번 엄호했었던 전우는 그 곳에서 배가 꿰뚫려 사망해있었다. 죽어가는 전우의 심장 박동을 확인했다.
자신의 귀를 믿지 못해 몇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싸늘해져 있는 그의 이름을 하늘에 대어 외쳐보았다.
주검이 되어 있음에도 눈을 감지 못한 전우의 눈을 감겨주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죽여 울 수 있었다.
우리는 인간이었으나 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대리자이기도 했다. 인간의 가치를 그저 숫자로 판단하는
그런 쓰레기같은 신. 그런 내가 역겨워 울다 바닥에 속을 몇번이고 게워냈다.

나만이 감수성에 치우진 아이였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다. 전쟁은 모두를 어린 아이로 만든다.
가장 강인했던 그녀마저도 흩날리는 바람 속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에게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 난 언제나 최선을 바라봤어. 처음엔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서 울었어….
 그런데 이젠 구하지 못했는데 진실로 슬퍼하지 못해…. 현실에 몇번이고 멋대로 타협하고
 자기 위로에 빠져버리는 내가 점점 싫어져. " 

내가 아는 내에서 가장 강인했던…알파퀸이라 불렸던 그녀조차도 금이 간 유리창처럼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드러낼 수 없었다. 우리는 버릴 수 없는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타인에게 약해진 것을 보여서는 안되었다. 그들의 희망이란 짐을 짊어진 우리는 '영웅'이 되어야만 했다.
서로가 메말라가고 뒤틀려감을 알면서도 위선적인 웃음을 내보이며 함께 병들어갔다.

오랜만에 날씨가 환히 개어진 날이었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유독 날씨가 마음에 들었다.
쓸데없는 움직임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마음을 다잡고 움직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 오랜만이야, 아저씨. "

오랜만에 UN 국립 공원에 찾아왔다. 거리가 멀어 자주 오진 못했지만 가끔 마음이 심란할때에 여기를 들려
마음을 다시 굳게 다잡았다. 내 등을 맡겼던 사람들. 그중 가장 친했던 내 친구가 여기 있으니까.
주머니에서 담배 한갑을 꺼냈다. 평소에 담배를 피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담배피는 것을 즐겼다.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리에 앉아 같이 사 온 맥주를 한 캔 따서 마셨다.

" 나 없으면 담배 냄새 언제 맡아보겠어? 그렇지? "

유쾌하게 걸어보는 말장난. 들려오지 않는 대답.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해주었다.
주변 사람이 어떻게 보든 상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띠리리링-! 요란스런 소리의 착신음이 귀를 찔렀다. 누구일까? 아, 유정씨인가. 

" 여보세요. "
" 제이씨, 지금 당장 출동해야 할 것 같아요. 문제 없으시죠? "
" 어, 물론이지. GPS로 위치만 찍어줘. 당장 갈테니. "

옛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뭐, 다시오면 되니까. 어쩔 수 없지.

" 오늘은 이만하고 가봐야 되겠구만. "

영웅은 자신이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원치 않는다고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영웅은 타인의 희망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게 어떤 이유건 영웅이 된 사람은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존재가 된다.

" 거기서 지켜보고 있어. 영웅. "

영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만들어져왔다.




- END -

2024-10-24 23:12: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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