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감기, 그리고..

RUONSky 2016-11-06 4

[감기, 그리고..]

*세하♥유리
*작붕가능성 200%
*유리세하도 좋고..세하유리도 좋고..
*도대체 무슨소릴 하고싶은거야
*오타 발생→너그럽게...ㅎ





띵- 머리가 울렸다. 그날따라 약간 어지러웠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거기다 집중도 안되는 탓에 차원종 몇마리를 놓쳐 슬비에게 된통 욕 한바가지를 얻어먹고 유정누나에게 위상력 테스트 결과가 왜 이러냐고 꾸중까지들었다. 기분전환하려고 밖으로 나와 게임하려니 밖은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한방울씩 떨어지다 지금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영 찝찝한 기분에, 집중도 안되고, 머리는 두통까지. 아마 오늘의 컨디션이 가장 최악이지 않을까.

"...하아. 오늘 일진 구려..."


축 쳐진 채 늘어진 몸을 의자에게 맡겼다. 오늘따라 의자는 왜이렇게 또 불편한건지. 평소엔 신경쓰이지도 않던 등받이의 튀어나온 부분이 등을 쿡쿡 찔렀다. 약간 불퉁하게 볼멘소리를 내자 어느덧 점심시간이 가까워 졌다는걸 눈치챘다. 묵직한 몸을 이끌고 방문을 지나 냉장고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자..

"...사과. 배. 귤. 반숙된 계란. 물. 찬밥. 일인분 햄."


들어있는거라곤 이런거 밖에 없냐... 막상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야간임무라는 것도 겹쳐져서 집에 들어오긴 커녕 밖에서 패스트푸드를 사먹기에 급급했다. 냉장고 문을 무심하게 닫아버리고는 방으로 다시 돌아와 침대에 누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는 그 순간-


띵동 띵동-


초인종 소리. 엄마가 들어오실 일도 없고. 거기다 다른집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니고. 우리집을 알만한 사람에 거기다 거침없이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라면...

"서유리?"
"세하야!! 밖에 비와서 그런데 잠시만 들여보내줘!!"


진짜, 서유리다. 쫄닥젖은데다가 신발은 벗어버린 채 오른손에 들고 왼손에는 편의점 봉투가 들려있다. 편의점을 갖다온건가? 이런 비오는 날씨에... 머리는 다 젖어서 완전 축 쳐져있다. 마치 떡진 머리처럼. 젖어서 앞으로 쳐져있는 앞머리를 넘기며 유리는 자랑스럽게 왼손에 들려있는 봉투를 들어올렸다.

"같이먹자! 컵라면!"
"푸엣취!"
"어? 뭐야, 설마 이세하 주제에 감기?"
"이세하 주제라니. 너는 남집에 눌러앉으러 왔잖..푸엣취!!"


오한이 떨린다. 현관문을 연 직후에는 괜찮았는데 잠깐있으니까 금방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마구 어택했다. 어우 죽겠네. 차가운 바람 속에 더 이상 있다가는 손발에 냉방증이 걸릴 지경이였다.

"일단 젖었으니까 빨리 들어와. 추우니까 문도 꽉 닫고."
"옛썰!"


저 녀석은 어찌 저렇게 열이 넘칠까. 사람인가. 밖에 비가 쏟아져 일단 가까온 곳으로 급히 뛰어온 모양이었다. 하필이면 우리집이 재수 없게-아니 오히려 최고의 행운 일지도-걸린 것이다. 어휴..저 녀석을 어찌하면 좋을까.

"쫄닥 젖었네. 일단 들어와. 신발은 옆에 막대기에 걸어서 말려. 일단 바로 옆이 화장실이니까 빨리 들어가."
"그래!! 알았어!! 진짜 고마워 세하야! 마침 이 근처로 오니까 너밖에 생각이 안나더라! 마침 너에게 오니까 목욕탕도 빌려주고 말야! 정말 고마워! 최대한 빨리 씻고 떠날게!"


덜컥-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물 틀어지는 소리가 났다. 너무 자연스럽게 씻잖아 진짜. 여긴 우리집이라고. 유리에게서 받은 봉투의 물기를 닦고 식탁위에 내려두어 안의 내용물을 살폈다.

"진짜 컵라면이네..."


컵라면 두개. 일회용 젓가락. 거기다 일인분 도시락에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된장국까지. 아예 한 식탁 차리라지. 이런거 먹고 지내다간 질려버릴 지경이다. 이미 패스트푸드는 많이 먹었다고. 제대로 된 밥은 먹어야 할거 아닌가. 일단 더 싸늘해지기 전에 방에서 얇은 코트를 하나를 걸치고 조금 실력을 발휘해 볼까-라고 생각하며 소매를 약간 걷어올렸다.

"반숙된 계란이랑 햄은..적지만 일단 볶아볼까."


지글지글 거리며 기름이 탁탁 튀는 소리가 경쾌히 울렸다. 고소하고 짭짤한 냄새. 요리를 한지는 패스트푸드 때문에 좀 됬긴 하지만 여전히 실력은 녹슬지 않아 나름 만족스럽다. 두 재료가 거의 다 익어가자 밥을 넣고 좀 더 볶으니 완벽한 볶음밥이 되었다. 이거 맛있으려나. 입맛에 맞아야할텐데. 그 다음은 소화가 잘되기 위한 건강주스를 만들어볼까. 유리녀석이 과일을 잘 먹겠지...?

"....난 왜 유리를 생각하며 요리를 하고있는거야...?"


설마...나 유리에 대해 친구로써가 아닌 관계로 생각하나..? 얼굴이 화끈거려 빨게지는게 그냥 느껴질 정도다. 갑자기 머리가 핑핑 돌았다. 눈앞이 어지러웠고 몸이 화끈거렸다. 목 너머에서도 무언가 넘어올것 같은 느낌에 재빨리 입을 막았다. 속도 울렁거렸다. 몸에 힘이 조금씩 빠진다. 이거 괜찮은건가...윽. 

"...으윽."




"세하야?"


쿠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뜨거운 내몸은 바닥으로 힘없이 내동댕이 쳐졌다. 아프다는 느낌을 느끼지도 못하고 내 정신은 아늑해지며 점점 멀어져갔다. 옆에서 유리가 다급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유리의 얼굴도 확인을 잘 못한 채 그대로 눈이 감겼다.





■■■■


"..열이 38.7도야. 심각하네."
"유정언니, 세하 괜찮아요??"
"으음..확신하긴 어렵지만 단순한 감기라면 열만 내려줘도 나을거야. 하지만 이게 보통감기가 아닌 차원종의 영향이라 한다면...어찌해야할지 감이 안오는구나."


유정누나는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유리도 거의 반쯤 엉엉울다시피 있었다. 언제 나를 옮기고 유정누나를 부른걸까. 유리가 다급하게 전화를 하고 나를 끙끙대며 옮겼을 생각에 마냥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머리가 물에 젖은 솜으로 꽉꽉 차버린 마냥 묵직하고 뜨거웠다. 두뇌회전이 되질 않았고 흔히 말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지금 강남이 좀 비상사태인데다가 신강고 주변이 물범람으로 난리가 났어. 너희는 국장님이 출동시키지말라고 하랬지만...아, 전화가..얘들아 잠시만."
"네, 어서 받으세요 유정언니."


유정누나는 다급하게 휴대전화의 수신을 확인하곤 네, 김유정 입니다. 라면서 나가버렸다. 아마 데이비드 그 국장이겠지. 유리가 차가워져버린 손으로 다시한번 내 이마위에 있던 수건을 옆에있던 대야에 빨며 말했다. 

"이 바보가..바보니까 감기에 걸리지!"
"....너..보단...낫거든.."
"말하지마! 너 심각하다구!"


아마 내가 이렇게 아픈건 처음이니까 당황했을 거다. 하긴, 아픈적이 많이 없으니 아무리 그 서유리라도 당황하겠지. 상대방이 당황하는게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였나. 슬슬슬 혼자서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는 없었고 조금씩 새어나오는 웃음이 힘들지만, 묵직한 머리와 온몸의 무게를 조금은 줄여주는 듯 했다.

"푸...흐"
"엥? 너 안아파? 멀쩡해졌어?"
"..그..럴리..가.."
"근데 왜 웃어! 나만 더 궁금해지잖아!"


잠시만 더. 조금만 더 웃자 유리야. 너 은근히 그런 모습 볼만하다고. 가슴이 뻥 뚫리며 마치 안개처럼 쥐도새도 모르게 흐려졌던 눈앞이 해가 비추듯 맑아졌다. 웃음. 유리의 특기이자 그 녀석의 가장이라고 내세울수 있는 것. 녀석을 볼 때마다 따스한 꽃밭을 걷는 느낌이랄까. 갈대처럼 부드럽달까. 안심이 되는 집 같달까.

"유리야.."
"응? 왜그래! 머리 아파졌어? 손 잡아줘?"
"...."


손 잡아준다니. 나 같은 애가 너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걸까. 너같이 밝은 애한테 어두컴컴하고 시커먼 내가 갈 수있긴 한걸까. 잡을 수 있다면 네 손을 잡고싶어. 따스한 체온, 그것을 느끼고 싶어. 부드러운 미소, 그것을 보고싶어. 그리고 하고싶은 말은...
















"이번 감기, 아프지만 기뻐."
2024-10-24 23:12:0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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