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소파에서 자고 있는 세하가 보고 싶다

루이벨라 2016-09-17 6

※ 짧음주의






 "...?"


 유리가 동아리방에 들어가자, 동아리방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3인용 소파(예의상 하는 말이지만 이 소파에는 두명 이상이 앉지를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2.5인용 소파라고 본다)에서 세하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나. 저 소파를 이제까지 사용한 사람은 검은양 팀에서 제이밖에 없었다. 허리가 아프다며 잠시 누워있겠다는 핑계로 제이가 누워있던 것 말고는 존재 여부가 있는지도 없는지도 몰랐던 소파였다.


 그런 소파 위로 세하가 누워있다, 그것도 새근새근 곧은 소리를 내면서 자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흔한 일은 아니었다.


 애시당초 유리는 세하가 자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걸 본적은 많지만 이렇게 대놓고 얼굴을 무방비한 상태로 자는 모습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잠든 세하의 얼굴이 신기해서, 제대로 구경을 하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죽여 세하 옆으로 간 것은. 유리가 옆으로 다가오는데도 세하는 아직 별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계속 잠을 청하고 있었다.


 '세하는 이렇게 자는구나...'


 소파 바로 옆으로 다가가 살짝 걸터앉은 유리는 호기로운 눈빛으로 세하를 내려다보았다. 평소에는 귀찮다, 라는 표정이, 최근에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로 가득한 세하의 얼굴이 아무런 감정도 없는, 소위 말하는 '무(無)' 의 표정을 하고 있자니 그걸 보는 것도 새로웠다. 유리는 자신의 동생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끄럽게 굴다 싶다가도 낮잠 시간이 되면 세상에 둘도 없을거 같은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지금 세하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흐응, 이러니까 꽤나 잘생겼는걸?'


 살짝 곱게 감겨져있는 속눈썹을 건드려보았다. 깨어나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말이다. 세하는 그 손길에 살짝 뒤척거릴뿐,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많이 피곤했던걸까. 평소 클로저 활동을 하는 세하는 별로 잠을 자는 편은 아니었다. 늘 긴장상태였기도 했고, 늘 게임을 하고 있는거기도 했고...졸려하는 표정은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고요히, 조용히 자는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따지고 보면 24시간 붙어있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자는 얼굴을 보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상대가 이성이라면. 거기에다가 좋아하는 이성이라면.


 "으음..."

 "...?"


 잠꼬대인가. 세하가 또다시 뒤척였다. 뒤척일때는 그래도 얼굴을 찡그리는구나. 하지만 언제 찡그렸다는 듯 자리를 다시 잡으면 얼굴이 펴진다. 정말 신기하다.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세하(물론 유리가 마음을 먹고 세게 흔들어깨우면 일어나겠지만)를 보고 유리는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는 유리의 손은 살짝 떨고 있었다.


 놀려먹을 심상으로 사진을 찍을 마음은 없었다. 그저...지금의 이 모습이 새롭기도 했고, 말하자면...


 보기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여러가지 표정을 보는 건 늘 새로웠다. 그리고 간직하고 싶었다. 또 하나 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것은...

 어쨌든 그런 마음에 유리는 사진을 보기 좋은 각도에서 몇장 정도 찍었다. 흠흠, 정말이지 잘생겼다. 세하는 사진이 잘 안 받는 편이어서 액정 하나에 세하의 모습을 다 담아둘순 없었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퀄리티였다.


 아까와 한 말과 더불어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살짝 괴롭히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커다란 장난은 아니다. 그냥 볼을 살짝 꼬집어보는 것? 아님 머리를 살짝 헝클어보는 것? 전자의 경우는 세하가 깨어날 수 있기에 머리를 살짝 만지는 것에서 그치도록 했다.


 '...우와, 생각보다 세하 머리 부드럽구나...'


 살짝 삐쳐나온 겉모양 때문인지 세하의 머리도 까슬까슬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감상평은...부드러웠다. 온기가 살짝 있는 벨벳을 만지는 느낌이랄까. 의외로 만지는 감촉이 좋아서 계속 만져버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세하가 깼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유리였다.


 시선이 느껴져 아래로 고개를 내리자 '지금 뭐하는 거냐' 라는 표정의 세하의 시선과 마주치게 되었다. 유리가 얼떨결에 손을 떼자 세하는 헝클어진 제 머리를 조금 만지며 허리를 일으켰다. 길게 하품하고 시선이 몽롱한것으로 보아 아직은 더 잠의 기운에 취해있는거 같았다.


 왠지 자기 때문에 세하가 잠에서 깨어난 거 같아 미안해졌다. 덤으로 세하의 자는 얼굴을 더 못본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


 "...미안, 깼어?"

 "...아냐, 괜찮아."


 곧 임무하러 가야하니 일어날때도 되었지, 세수 좀 하고 온다, 라는 세하의 말을 들으며 유리는 가만히 있었다. 세하가 완전히 나가는 것을 확인한 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세하가 누워있던 소파 위로 가만히 앉았다.


 '...설마, 모르겠지...?'


 자기가 잠든 세하의 얼굴을 찍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상하게 세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평소보다 심장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자주 마주보는 세하의 얼굴이지만, 좋아하는 이성이라는 걸 자각하고도 본 세하의 얼굴이었지만...!


 '...그, 그렇게 보니까 왠지 모르게...'


 더 부끄러워졌다.

2024-10-24 23:11: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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