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OSERS : Operation High Noon - 인간☆실격 (1) 』

원조무릉도원 2014-12-09 3

『 CLOSERS : Operation High Noon - 인간☆실격 (1) 』
 레토르트
2014-12-07 06:29:14 ㅣ 조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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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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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오락실에 비치된 건 슈팅 게임기에 500원을 넣어가며 항상 생각했었다.
이 놈의 민간인들은 대체 왜 총알이 빗발치는 한복판에 용감무쌍하게 뛰어들어서 내
라이프를 깎아먹을까. 동전 몇 푼을 더 얻어내기 위한 게임적 요소였겠지만, 어찌됬
든 그 당시의 나는 항상 그것이 불만이었다.
 
 어쩌다보니 운 좋게도 클로저 요원이 되어 고시를 패스하고도 몇 년을 뼈빠지게 근
속해야 겨우 달 수 있는 4급 공무원을 거의 꽁으로 된 지금도 그 당시의 기억은 생생
하게 남아있는 탓에, 차원종 퇴치 중에 민간인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가히 절규에 가
까울 정도로 절박한 목소리로 '엎드!'를 외치고는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절규가 어찌나 절절했는지 팀원들은 내가 민간인 오사와 관련해서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다던지로 트라우마가 있는 줄 알았댄다.
 
 정말로 그런 트라우마 비슷한 게 생겨버린 건 전신을 울리던 총성이 점차 책을 탁 덮
는 소리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지던 즈음이였다. 변명 같은 이야기지만, 당시
에는 민간인을 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그런 장비를 챙겨가는 녀
석이 바보 취급을 받았었다. 마치 80년대의 택시 운전기사들 같은 모습이였는데, 그
시에도 안전 벨트를 꼭꼭 차려 메는 택시기사를 동료 택시기사들이 소심하다며 비
웃는 풍조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런 풍조가 퍼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만, 아마도 자신의 실력이 뛰어남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욕심이 관여 했으리
라. 택시기사들은 안전 벨트 없이도, 그러니까 항상 사고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자신의
운전 실력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고, 클로저 요원들은ㅡ 자신의 신체 능력, 동체
시력과 순발력이라면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 따위야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이고 싶
었을지도 모르겠다. 

 민간인 오사의 무게가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법정에서는 내게 무죄를 
고했다. 내가 민간인을 쏜 것은 소방관이 피구조자를 운송하다 실수로 놓친 것과 
별 다를게 없다며 긴급피난이 인정된 것이었다. 판사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사소한 실수를 중하게 처벌할 경우 클로저 요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하며 그 
누구도 차원종 퇴치에 열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 덧붙이며 재판을 폐정했다. 

 그와는 별개로, 우리 팀과는 애증 섞인 관계인 언론은 나는 물론이요 우리팀이 일선
에서 차원종과 마주할 실력이 있는지 의심된다는 기사를 일제다발적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더 해서 당시의 풍조 까지 내가 법정에서 당당히 까버렸으니, 유니온은 
스레 긍정적인 화답을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우리는 결국 일선에서 물러나 구로
역 쪽의 경비 인력으로 차출되어 버렸다. 

 일선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을 가졌고, 그에 대해 무지막지한 자부심을 가졌던 팀원들
이 나한테 돌아가면서 욕을 한 바가지 하긴 했어도, 상황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4급 공무원 대우로서 무료로 제공된 주택은 여전히 따뜻했고, 퇴직후 연금도 왠만한 회
사원과 맞먹을 정도로 보장됬다. 월급이 좀 까이긴 했어도, 일선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아닌데 그대로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했고. 팀원들과 나는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몇 주간의 휴가를 즐기는 마음으로 쉬다 오자며 마음을 편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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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갈한 정복을 차려입은 낯익은 유니온의 사람들과 경찰 인력들만 없었다면, 구로역
의 풍경은 그야말로 슬럼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깨지고 뜯겨나간 채 보수되지 않은 시
각 애인용 블럭. 철도를 중심으로 균열이 나고 금이 간 보도 블럭. 저 멀리 보이는 반
파된 고층 빌딩들은 이 곳이 차원 전쟁의 풍파를 겪었음을 절절히 확인시켜 주고 있었
다. 그나마 교통시설로서 정부가 관리하는 이 곳이 이런 모양새니, 정부가 관리를 포기
한 난민들의 터전이자 차원종이 수시로 습격하는 구로역 바깥의 상황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런 곳이지만, 경찰 인력들과 유니온의 직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는 곳이기도 한
만큼 유동인구를 추려보자면 꽤나 괜찮은 수입을 낼 유동인구가 나올 수준이였다. 머리
좋고 욕심 많은 누군가는 이 틈새 시장을 노려서 편의점 하나를 차렸는데, 이것이 구로
역에서 유일하게 장사중인 점포이기도 했다.
 
 " 안녕하세요. "
 
 유리 문에 부착된 작은 종이 딸랑거리자 그에 화답하듯 들려오는 피곤한 듯한 목소리,
양 눈에 깊게 패인 다크서클과 시종일관 시큰둥한 얼굴, 여전히 손에 들린 게임기로 손
을 접대하는, 알바생으로서 빵점인 이녀석과는 어느정도 안면을 튼 사이였다.
 
 " 그래. 이 놈의 편의점은 왜 음료수가 맨 뒤쪽에 있어서 이리 불편한지, "
 " 장사치들이 하나라도 눈에 더 띄게 해서 팔아먹으려고 그러는 거죠 뭐, "
 " 하긴. "

 이 편의점의 알바생인 한석봉은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 정도의 나이임에
도 이런 위험지역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하루는 궁금증을 못 이기고 집에 급
히 돈이 필요한 일이 있느냐 식으로 물어봤지만, 별 일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했으니
아마 말 못할 사정이 있으리라.

 그런 사정과는 별개로, 시종일관 녀석의 손에 들려있거나 계산을 위해 잠깐 매대에
놓아둔 휴대용 게임기과 말해주듯 녀석은 대단한 게이머, 게임 중독 말기였다. 깊게
패인 다크서클과 시큰둥한 얼굴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손님이 왔을 때는 게임기를 치
워놓으라고 여러번 주의를 환기시켜 봤지만 잠깐 뿐이였고 다시 올 때면 언제나 알
바생으로서 빵점인 모습을 내비쳤다.
 
 " 그렇지 참, 너 저번에 검은양 팀원들이랑 사이 좋아보이던데? 친구들이야? "
 " 예? 아아.. 예. "
 " 그치네들은 4급 공무원이라 나라에서 집도 주고 연금도 준다는데 너는 이 위험지
역에서 뼈빠지게 일한다고? 세상 참 불공평하네, "

 계산을 끝마친 1.5L 콜라를 챙겨들며 말을 이어나갔다. 

 " 뭐, 그런 부조리를 뒤엎는게 인생의 묘미지만. 말하고 보니 생각 난 건데, 위상력
개방 없이도 클로저 요원 되는법, 한 번 들어볼래? "
 " 예? "

 시종일관 시큰둥했던 녀석의 얼굴이 놀란듯 약간 미동했다.
 
 " 뭐 사무직이나 그런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
 " 일선에서 뛰는 클로저 요원 말하는거야. "
 " 그럼 경찰 관련 업종인가요? "
 " A급 때려잡고 생명수당 지원받고 4급 공무원 대우 받는 네 친구들 말하는 거라니까? "
 " 음.. "
 
 경청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 손에 든 게임기를 내려놓는 녀석. 보기 힘든 광경이다.

 " 좋아, 칼바크 턱스라고 알지? "
 " 그 저번에 체포된? "
 " 그래, 칼바크가 차원종 고위 간부와 계약을 맺어 차원종의 능력을 얻었단 것도 알
고 있으려나? "
 " 예. " 
 " 그래.. 잠깐만, 그 기밀정보를 네가 어찌알아?! 친구들이 알려줬어? "
 " 에.. 사소한 건 넘어가죠. "

 애들은 애들인가, 아직 책무에 대한 책임은 교육이 안 됬나 보다. 애초에 그 녀석들
전부 책임이나 의무와는 거리가 먼 모양새였지. 한 놈은 얘처럼 시종일관 게임기를
붙잡고, 한 놈은 대책없는 마이페이스. 제일 가관인건 머리를 분홍으로 물들인 녀석
인데,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노는애 정도려나. 

 정작 나도 그 기밀 정보를 ***려 한 점에서 별 다를 게 없다만.

 " ..알았어, 아무튼 차원종 고위 간부는 위상력이 없는 민간인도 위상능력자로 만들
수 있는 것 같아. 정확히는 차원종의 힘이라지만, 그거나 그거나 별로 차이 없는 것도
같고, 이를 역이용해서, 그들 중 한 명한테 잘 보이고 힘을 얻은 뒤에 유니온에 위상
능력이 개방 됬다면서 들어가는거야 ! 어짜피 그 작자들은 뿅뿅거리면 다 위상 능력
인 줄 아니까. "
 " 에.. 예? "
 
 당연히 농담. 예상했던 반응을 내비치자 나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런데, 녀석은
이걸 진지하게 생각한건지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데요.. 인간임을 포기하는게 좀 마음에 걸리
네요. "
 " ..농담으로 한 말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도 실례 아닐까? "
 " 농담이라구요? 그게 농담이네요. 앞서 말하신 칼바크 건이 아니라도 차원종 편에
붙으려는 난민들이 있잖아요. 이런거 보면 차원종 녀석들도 민간인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거고, 옷 좀 꾀죄죄하게 입고 고위 간부만 만나면 능력 정도는 쉽게 얻
을수 있지 않겠어요? "
 " 어.. 그러네? 다른 사람들은 헛소리 말란 반응만 보여서 농담으로만 알았는데 생
각보다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데? "
 " 그래도 칼바크 처럼 신체 일부가 차원종화 되면 이도저도 안 되지 않을까요? "
 " 그건 그냥 아무도 못 알아보게 불로 지져버리면 되지 않으려나? 화상자국이 나면 
구분 못 할 것 같은데. "
 " 그건.. 아니지, 지금 세상에서 4급 공무원이 될 수만 있다면 화상의 고통과 위험정
도야 문제가 아닌 것이겠지요..! "
 
 어째선지 의기투합한 우리는 말과 말이 계속 꼬리를 물어 어쩌다보니 [어린아이 모
습을 한 차원종이, 그것도 두 명이나 발견됬는데 여우귀 로리차원종 정도야 있어도
괜찮겠지!] 라는 지극히 마이너하고 위험한 주제까지 번져버린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2024-10-24 22:20: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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