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저스] 하이브리드 -혼성체- ] 10

칼질중독 2015-02-01 3

 하수는 검에 위상력을 휘감은체로 지면에 검을 내리친다. 그 순간, 하수의 앞에 얼음기둥이 솟아오르며 차원종 '트룹'을 아레에서 부터 꿰뚫는다. 직후 검을 다시 다시 들어올려 얼음기둥을 향해 휘두른다. 그 순간 충격파와 함께 퍼져나가는 얼음의 파편이 그 뒤에 몰려있던 차원종들에게 날아가 위상보호막을 뚫고 몸에 박힌다.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펜리르의 위상력을 소모하면 소모할수록,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것을 하수는 느꼈다. 지금껏 억눌러왔던 힘을 밖으로 방출해내는 만큼 자기 자신이 받는 부담감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그런 만큼, 하수 본인의 고유 위상력 또한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기에, 펜리르의 힘이 폭주하게 된다고 해도 억누를 수단은 남아있었다.

 '펜리르가 위상력을 회복하면 회복할수록 내가 그 힘을 억누르기 힘들어져, 결국 펜리르는 폭주하고 말겠지. 하지만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펜리르의 위상력을 내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어. …펜리르의 힘을 소모시키면 소모키실수록, 오히려 내가 받는 부담감은 줄어든다. …하지만,'

 걸령 펜리르의 힘을 하수가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고 해도, 펜리르가 폭주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한가지 문제점이 남아있었다.

 '아니, 이정돈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그조차도 하수에게 있어선 크게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위상력을 이용해 다른 위상력을 차단하는 힘을 가진 그이기 때문에 펜리르의 위상력을 컨트롤하는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검은양과 하수의 활약으로 사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던 차원종들은 대부분 소멸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결국엔 우려하던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차원의 균열이 열려, 그 통로를 통해 새로운 차원종들이 출현한다 간혹 거대한 문이 열려 B급 차원종 까지 새로 나타나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으니,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것이다.

 위상레이더의 관측내용을 확인한 송은이는 검은양의 리더인 슬비에게 현제의 상황을 알렸다.

 "큰일났어 슬비야! …아무래도 차원종 놈들이 위상억제기를 파괴해버린거 같아. …지금 이 주변의 위상변곡률 수치가 A단계 까지 올라가려고 해!"

 지금의 검은양 일원들이 퇴치할 수 있는 차원종은 B급 정도 까지이다. 얼마전에 강남에 나타난 말렉이나, 펜리르도 A급의 차원종이긴 했지만, 말렉은 구속구를 착용하고 있어 약해져 있었고, 펜리르는 그보다도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처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대로 위상변곡률이 계속해서 올라가 A급 차원종이 나타나게 된다면,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그럼 어떡하죠? 지금 당장 위상 변곡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어. 본부에서 새로 위상력 억제기를 가져와 설치하지 않는한 말이야."

 현제로선 방법이 없다. 이대로 계속해서 전투를 벌여봤자 차원종은 끝도없이 나타날 것이며, A급 차원종이 나타나기까지 시작하면 특경대원들은 물런이거니와 검은양 일원들도 무사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대장! 지시를!…."

 제이가 슬비를 대장이라고 부르며 판단을 제촉했다. 빠른 판단이 시급한 상황. 우물쭈물 늦어지기라도 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제로선 위상변곡률을 낮출 방법이 없다. 차원종의 수가 많이 줄어든 이틈에 유인기를 포기하고 이 현장에서 빠져나오것. 선택지라곤 그것밖에 없었다. 슬비는 무전을 통해 제이와 유리에게 알린다.

 "그만 후퇴하자. 눈앞에 있는 차원종만 빨리 처리하고 중앙으로 모여. 특경대원들을 이끌고 하수가 지키고 있는 서쪽 길목으로 빠져나가는거야!"

 아직 차원종 유인기는 건재하다. 최소한의 견제만 해 주면서 뚫고 빠져나간다면 차원종들은 유인기를 우선적으로 노릴 것이다. 유인기가 파괴되기 전에 현장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것이 관건.

 지금것 잘 막아주긴 했지만, 전력이 어느정도인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하수의 상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그를 전력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한 것 부터가 큰 도박이었지만, 그의 덕분에 상황이 호전될 수 있었으며,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것이 부정할 수 없는 결과. 그런 만큼 지금껏 잘 싸워준 하수의 상태가 걱정된 것이다.

 슬비는 새로 나타난 차원종들의 머리위로 승용차를 떨구며, 잠싯동안 길을 막을 벽을 만들어내고서 하수가 싸우고 있는 서쪽 길목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수…?"

 그는 서쪽 길목에 여러개의 거대한 얼음 기둥을 세워 벽을 만들어두고선, 왼 손을 주먹쥔체 머리위로 들어올린체 가만히 서 있었다. 얼음기둥의 벽에 막혀 차원종들은 하수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왼손 안쪽을 중심으로 위상력을 압축시키고 있었다.

 "트아아아압!!"

 그리고, 순백의 구형으로 형상화되어 눈에 보이는 충격파가 그의 왼손으로 부터 시작되어 이 일대를 가득 매운다. 백새의 충격파로 시작된 그것은 주변을 온통 세하얗게 물들였으며, 슬비와 제이, 유리는 밝은 빛에 시야를 차단당해 눈을 찡그렸다.

 

 그들이 다시 눈을 뜨고서 보게 되는 광경은 충격파에 휘말린 모든 차원종들이 발이 묶인 것인지 더 이상 접근해오지 못하고, 괴로운듯이 몸부림 치는 모습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펜리르의 위상력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하수 본인이 받게되는 부담감이 해소됐다. 자신의 위상력을 소모해가며 억눌러왔던 펜리르의 힘을 다른 쪽으로 소모시키니 그만큼 힘이 남게 되는것이다.

 펜리르의 위상력을 사용하면서, 그것에 어떠한 부작용이 뒤따르게 되는지를 하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부작용은 상황에 따라 매우 치명적인 요소로 작동하며, 인간으로서 이러한 부작용을 무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절대로 펜리르의 힘을 남용해서는 안된다.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주변의 위상변곡률이 상승하게되어, 차원문이 열리게끔 만드는 것이 펜리르의 힘이 가진 부작용이었다.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펜리르의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간은 하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래부터가 특정위상력을 차단하는 힘을 가진 하수의 특별한 위상력은… 위상억제기가 개발되지 않았을 무렵에는 위상변곡률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펜리르의 힘을 사용한 만큼 하수는 따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의 위상력을 모아두었다. 허나 이 위상력은 오로지 펜리르의 힘으로 인해 올라간 위상변곡률을 정화하는데에 사용하는것 이외의 여유는 남아있지 않다.

 결국 펜리르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위상력도 소모해야지만 낮은 수치의 위상변곡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상변곡률이 한계점까지 올라간 지금, 하수는 모아둔 위상력을 폭발시킴으로서─ 일대의 위상변곡률을 급감시킨다.

 

 

 

 위상변곡률이 최하까지 떨어지게 됨으로서 차원압력에 큰 변화가 생겨 버렸다. C급 차원종 조차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차원압력이 낮아져, 일대의 차원종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허둥대기 시작한다.

 "위, 위상변곡률이 D단계 이하까지 떨어졌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거죠?"

 위상레이더의 상태를 확인한 특경대원 한명이 송은이에게 그렇게 보고한다. 위상변곡률을 낮춘것은 분명 의문의 충격파를 이르킨 저 은하수의 능력일 것이라고 송은이는 짐작했다. 움직임이 둔해진 차원종들과 별 다를것 없이 상황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한 검은양 일원들은 어리둥절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송은이는 그런 검은양의 리더인 슬비에게 상황을 알린다.

 "위상변곡률이 낮아졌다나봐. 더 이상 차원의 틈도 나타나지 않고, 남아있는 녀석들도 오합지졸이 된거 같은데?"

 은이의 이야길 듣고 상황을 살피는 슬비는 아직까지도 영문을 모르겠다는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차원종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새롭게 지시를 내린다.

 "…작전을 변경할께. …일단 보이는 차원종들은 모두 섬멸해. 더 이상 차원종들은 새로 나타나지 않을꺼야."

 슬비는 그렇게 지시를 내리면서 단검을 바로쥐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기 시작하는 스케빈저들을 배어넘긴다. 그 와중에 서유리로 부터 무전이 온다.

 "방금 그 빛은 뭐였을까? 그거 때문에 위상 변곡률이 낮아진거 맞지?"

 그리고 그 말에 대답한 것은 제이였다.

 "나도 그 빛을 보는건 오랜만이란 말이지. 애초에 하수에겐 전투능력이 없었어. 어떻게 하수가 세하의 검을 들고 싸울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훗차, 한놈 잡고─, 여튼 원래 저 은하수란 녀석은 걸어다니는 위상억제기같은 존재였으니 말이야."

 

 셋은 각자가 맡은 길목에 남아있던 차원종들을 처리한 뒤 유인기가 설치되어 있는 중앙으로 모였다. 그 후, 서쪽 길목의 차원종을 모두 처리하고서 쓰러져 누워있는 은하수를 발견하게 된다.

 "하, 하수?!"

 역시 무리하고 있었던 것일까? 걱정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가 쓰러져 버리자 놀란 슬비는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에게 가까이 접근하려는 순간…

 "크르르르─!!!"

 하수의 오른팔은 펜리르의 머리로 변해있었으며, 슬비를 경계했다. 정신을 잃은 것인지 움직이지 않는 하수와 다시 모습을 드러낸 펜리르의 모습에 검은양 일원들은 긴장했다.

 "페, 펜리르?!"

 "하수 이 녀석…, 펜리르를 억누를 힘까지 다 써버린건가?"

 펜리르를 보고 놀라는 유리와, 하수를 잘 알기에 상황을 파악한 제이는 펜리르를 경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큿, …하수, 은하수! 정신차려!"

 슬비는 쓰러져있는 하수를 향해 소리쳤다.

 "스, 슬비야? 뭐하는거야?"

 슬비의 행도을 이해하지 못한 유리가 묻자, 슬비는 급하게 설명하여 대답해준다.

 "펜리르는 하수의 위상력으로 억눌러지고 있다고 했어. …하수가 정신을 차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

 "무리야. 하수는 A단계 직전까지 올라간 위상변곡률을 홀로 정화시켰어. 위상력이 바닥나는 바람에 펜리르가 다시 날뛸 징조를 보이는 거라고."

 슬비의 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걸어나오는 제이는 자신의 팔에 위상력을 끌어모으며 살기를 띄웠다.

 "…뭐하는 거죠, 제이씨?"

 "어쩔 수 없어. 펜리르가 완전히 해방되기라도 하면, 하수는 물론이고… 위상력이 바닥이난 우리들 전원의 생명이 위험해져. 아직 불안정한 상태인 펜리르를 파괴해 버리는 수 밖에 없어."

 그 말을 듣던 서유리가 기겁을 하며 묻는다.

 "자, 잠깐만요! …그럼 하수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하수의 오른팔은 어떻게 되는거죠?"

 그리고 제이는 매정한 어른의 말투를 쓰며 이렇게 대답했다.

 "오른팔이 문제가 아니야. 펜리르를 파괴하고 나면 하수가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조차 미지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송곳니를 드러내며 살의를 띄고 있는 작은 펜리르를 향해 제이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만두세요, 제이 아저씨. 하수를 공격하는건 허락하지 않겠어요."

 슬비는 제이를 막아서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제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머릴 박박 긁으며, 살짝 비꼬는 투를 써가며 슬비에게 말한다.

 "하수를 죽이려고 했던 대장이, 이번엔 반대로 날 가로막다니… 아이러니한 일인걸?"

 하수와 처음 만났던 그날, 세하가 펜리르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서, 슬비는 순간 판단을 잃고 하수를 공격하려고 했었다. 그것을 막아준 것이 바로 제이. 지금은 역할이 완전히 역정되어있다.

 "그래서 더욱 모르겠어요. 그날 절 말려준 당신이, 왜 이제와서 하수를 공격하려고 하는거죠?"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펜리르를 억누르는 하수의 위상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가만히 놔두면 분명 큰 일이 벌어질거야. 저대로 가만 놔두면 하수는 펜리르한테 잡아먹히게 됨으로서 결국 죽겠지. 조금이라고 하수를 살리려면, 펜리르를 억지로라도 뽑아내는 수 밖에 없어."

 허나 그랬다간 하수가 죽게될지도 모른다. 방법이 이것 밖에 없다고는 해도 전장에서의 희생을 모르는 슬비와 유리는 그 판단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거참, 쫑알쫑알 너무 시끄럽잖아. …잠좀 자자 잠좀."

 그리고, 곧 잡에서 깨어난 듯이 느긋하게 몸을 이르키는 하수였다. 오른팔은 여전히 펜리르의 상태를 유지한체로 말이다.

 "하, 하수? 그보다 펜리르가…!"

 슬비가 놀라 기겁을 하자, 하수는 지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오른팔을 확인했다.

 "크르르르르…,"

 여전히 검은양 일원들을 경계하는 펜리르의 머리. 그런것이 자신의 오른팔에 달려있는 것을 본 하수는 눈을 휘동그레 뜨며 허겁지겁 행동했다.

 "야 야, 진정해 진정. 쟤내들 건들여서 좋을거 없어."

 하수는 펜리르의 머릴 손바닥으로 툭툭 두들기며 강아지 달래듯이 펜리르를 말리는 것이었다. 하수의 행동을 지켜본 검은양 일원들은 누구 하나 다를것 없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곧 "끼잉…."소리를 내며 경계를 풀더니, 펜리르는 다시 오른팔의 상태로 돌아갔다.

 "이봐, 하수 너…. 설마 펜리르를 길들이기라도 한거냐?"

 제이의 물음에, 하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딱히 내가 길들인건 아니야. 이 녀석이 먼저 꼬리를 내린거지. …그렇지라도 않고서야 이 놈이 나한테 힘을 빌려줄리가 없잖아?"
2024-10-24 22:22: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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