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est

실리사 2022-01-16 2


[시스템 종료, 알파퀸 복귀 합니다.]
"하아 그 이명 불편하다구.."
부드러운 은발이 흙먼지에 나부끼자 거칠게 몸을 일으키며 맞지않은 신음 소리와 함께 영롱한 금안이 살짝 찌푸려졌다.
"허..허리야 이번 측정은 너무 힘을 줬나 적당히 해달라고 했던거 같은ㄷ..."
[우리 여왕님께선 유니온의 장비가 어디까지 힘낼 수 있는지 몸소 실천해주는군요]
시스템의 목소리가 아닌 부드러운 미성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
"윽.. 말하자마자... 미안해 깜박했어..."
분명 자신이 늘 설레는 목소리임에도 매번 그의 방식대로 흘러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비 전투 측정은 오랜만이라서 힘 조절하기 어려워"
손에 든 신형이라는 건블레이드를 가볍게 휘두르며 주위 엉망으로 된 지면을 보며 그녀는 작게 웃었다
불과 몇 일 전만 해도 전장에서 팀을 이루며 차원종과 싸운게 엊그제인데 아무리 윗 선의 명령이라지만 갑자기 무기 제작 이라는 이유로 여기로 배치된 채 자기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금 간 건블레이드를 보면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거부를 안 한 것도 아니였다 오자마자 끝내고 가려고 했었으나 쉽게 그녀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휴우 어쩔 수 없죠 당신은 특별하니까요]
"응? 특별하다라 그건 여기도 마찬가지 아닌가? 유니온의 거점인데도 불과하고 위상능력자가 없다니"
[후훗 우리들은 엘리트니까]
"에? 진짜 엘리트들은 서울이나 뉴욕지부에 있는 애들아니야? 듣기론 독일도 뜨고 있다고 하던데"
[진정한 엘리트들은 그렇게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아요 일단 본부로 복귀하죠 오늘 저녁은 돈가스라고 하네요
내심 비꼰 말인데 데미지 하나 없이 빗나가니 허탈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전장에서 구른지 날을 새는 것 조차 잊었다. 마음이 점점 비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매일매일 무언가로 채워지는 느낌인지
온 몸의 근육을 몇 날 몇 일을 사용했다고 자부 했는데 얼굴 쪽 근육을 움직이는게 낯설기만 했는데 어느덧 자연스레 익숙해지는게
이 남자의 한결같은 반응은 나날히 나를 변하는 나 자신을 놀라게 한다 


                  


흐음..여기 경비 시스템은 서울보다 허접하단 말이지.. 비밀 병기라도 있는건가?
카드 키에 금이 간 카드를 대던 그녀가 금 간 벽을 따라 조심스레 만져가며 중얼거렸다
남반구 쪽의 뉴질랜드 근방? 어처구니 없는 명령에 행선지가 제대로 어디인지도 모른채 납치되다시피 여기로 끌려왔다
오랜만에 느껴본 평화로움이지만 위화감만이 넘쳐났다.

"아 왔군요 이번 건 블레이드는 어땠나요?"
"으 깜짝이야 ...문에 그렇게 서있지 말라구"
"그치만 우리 지수씨 얼른 보고 싶었는걸요"
"내가 아니라 이 건블레이드겠지!!"
매끄러운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웃음을 짓자 오히려 어이가 없어 화가 난다
성질에 못이겨 거칠게 내민 건블레이드가 그의 가슴 팍을 밀어 강제로 벽으로 몰았다 
"윽.. 무거워요" 
"그것보다 여기 뭐하는 곳이야?"
"무슨 소리에요? 것보다.. 이런 벽 쿵 자세 여자한테 당하니 묘하네요 그것도 연하에ㄱ..."
"내가 차원종만 부시고 다녀서 우스워보여? 여기 뭐하는 곳이냐구"
"여긴 뉴질랜드 인근에 있는 무인도에요 예전부터 있었던 곳이지만 워낙 소규모라서 명칭은 없고 다른 지부에서 처리 못한 일들이 넘어오면 저희가 처리하고 실험하는 곳....이라면 될까요?"
"수상해... 그거 유니온의 기관맞아? 유니온이 이렇게 보안이 허술 할 리가 없어 위상능력자도 하나 없다니"
"당신을 데려다준게 누구였는지 잊었어요? 무인도라서 그런지 차원종의 피해가 없어요 그리고 위상능력자는 당신이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짓는 눈 웃음에 홀려 할 말을 잊을뻔 했지만 그간 쌓아온 경험으로 가까스로 정신줄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그런거 묻는게 아니라ㄱ.."
"팀장님! 어디계십.."
"..."
"..."
갑작스런 부름에 차갑고 어색한 공기가 멤돌았다.

하긴 상사라는 놈이 자기보다 어린 여자애에게 벽에 밀린 채 서로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 부하 직원이
제대로 된 상황을 볼 수 있겠는가? 점점 짙어지는 직원 얼굴색에 그는 오해받을 만한 상황에 그녀가 살짝 놀란 틈을 놓치지않고 자연스레 빠져나와선 해맑은 웃음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그그.. 뉴욕지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우리 지수양 방으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에엑? 제가요?"
"그래도 여자아이니까요 어른인 우리가 지켜줘야죠"
"뭐..뭐? 누가 누굴지켜?"
"아이는 맞다는거군 얼른 전화 받고 돈가스 먹으러 갈까요?"
"아 아니라고!!"
거칠게 뒤돌며 힘찬 발걸음으로 제 갈 길 가는 그녀를 보며 쓴웃음을 짓던 그가 중간에서 동공이 좌우로 흔들리는 부하를 살짝 토닥이며 뒤돌아 빠른 걸음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와.. 대박... 이제야 전진하는거야?"






어둠이 깔린 방 안에는 장치의 불빛만이 방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방임에도 침대는 늘 서류와 책 태블릿이 늘여져있었다
앉을 곳을 찾던 그가 책상이 아닌 침대 귀퉁이의 책을 다른 곳에 올려두면서 침대에 힘 없이 앉았다
"네 미하엘 지부장님"
[그래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지?]
".....현재 그녀의 정보는 어느정도 수치를 재고 있습니다만.. 무기가 그녀를 버티지 못합니다"
[흐음... 그래도 이번 수치는 나쁘지 않아]
"무기의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역시 그녀가 사용하던 무기를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버텨내 질 못하니까요"
[역시 그렇겠지 특별하니까 하지만 괜찮아 지금 이 정도면]
"...지부장님 이러는게 의미 있습니까? 그녀가 사용하는 무기를 개량형으로 바꿔 보급한다고 했습니다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위상능력자는 각자 특화된 무기를 사용하지 않습니까?"
[자네가 그 이상 알 필요는 없네 바로 다른 필요 데이터를 요구할테니]
"....네"

불편함만 가득했던 공간이 고요함과 무거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 옆으로 금 간 건블레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오고 부서지고 망가진 무기 만도 몇 개 였는가 유니온의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밀어낸 책들 밑에 깔려진 태블릿이 요란하게 웅웅 거렸다 아마 전화로 말 한 메일때문일 것이다 
가볍게 숨을 내쉰채 힘없이 태블릿을 꺼내는 그가 메일을 확인하고는 빛 한 점 없는 어둠이 얼굴에 드리워졌다.





"지부장님? 무슨 일이시죠?"
"아아.. 눈치챈거 같군 숨길 필요도 없었지만"
완벽하게 뒤로 넘겨진 머리며 말끔하게 차려진 정장으로 고고함을 내뿜던 그의 얼굴에서 인상은 쉽사리 펴지지않았다
코 끝을 찌르는 냄새와 축축한 느낌에 불쾌감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더니 자신에게 의문을 표시하는게 마음에 들지않았다 
"이번에도 처분하시는건가요?"
가볍게 브론즈 머리를 귀 뒤로 넘기던 아름다운 여성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 아깝긴 하지만 우수한거에 비해 쓸데없는 감성이 많아 뭐 소모품이니 조만간 처리 해야겠군"
"저런 아쉬운 인재군요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표정이였다 오로지 그녀의 눈을 이끈건 인공 인큐베이터들이 즐비한 기기들에게 오롯이 꽂혀있었다
"그래도 독일에 괜찮은 과학자가 있다고 들었어요 이름이..호프..뭐였던거 같은데 한 번 독일지부 방문 할 때 같이 가시죠"
"좋아"





"정말..! 왜 자꾸 아무 말도 못하는건데"
방금 전 자신이 했던 짓을 떠올리며 얼굴이 붉혀진채 거칠게 돈가스를 뜯어먹고 있었다
주방장이 이 모습을 본다면 필시 돈가스를 다시는 못낼정도로 그녀는 음식에 화풀이를 하는 중이였다
"...그래도 목소리나 얼굴은...."
"누구요?"
"으엇? 언제 온거야!"
이 남자는 대체 자기가 어디에 있는 줄 매번 이리 알고 오는건지
"지금요?"
"인기척 좀 하라고!"
잔뜩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땅으로 쳐박히던 기분이 언제 그랬냐듯 환하게 밝아졌다
"지수씨 귀여워요"
"웃지마...."
왜 자꾸 자기에게 이렇게 웃어주는지
"그치만 지수씨는 그렇게 웃는게 어울려요"
"뭐...뭐 아냐...나...나는"
왜 자꾸 나를 웃게하는지
"그래도 우리 주방장이 힘들게 만든 돈가스는 그만 괴롭혀주세요"
"...."
자연스레 옆에 앉은 그가 양 손을 턱을 괸채 슬며시 뇌정지가 온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대량살상..마녀..재앙
그런 것으로 불리기엔 한 없이 여리고 사랑스런 여자아이인데 
"후.. 날 아이로 보는거야?"
"음? 아닌가요?"
"..."
말 끝나기 무섭게 그녀가 내려친 주먹에 식탁이 깨졌다
괴롭힘 당했던 돈가스도
갓 나와 김이 나던 돈가스도
무수한 파편과 소란스런 식당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당신..짜증나"
일렁이는 금빛 눈동자가 새차게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깨질것만 같던 눈동자를 숨긴채 그녀가 도망치듯 나갔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한 그가 주변을 둘러보자 
언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한 마냥 동료들이 하나 둘 그에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저럴줄 알았다.. 좋으면 좋다고 할 것이지 할튼..."
"지수씨 어떡해요.. 하필 저런 노답을..."
"울렸네 울렸어 뭐해요 빨리가서 위로해주지 못할망정 꼬였네 꼬였어"
"해결못한채 들어올 생각마세요"
가족 같이 지내던 동료였는데 처음으로 제 편은 하나도 없다는걸 느낀 그였다


"나쁜놈.."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자신과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그에게 화가난 그녀는 분노라고 해야할지 
서운함이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는 아픔과 슬픔에 다리 사이에 얼굴만 묻고 있었다
"울어요?"
"...."
"음...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떠밀려 나온 그가 어설프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저물어진 해 뒤로 반짝이는 별들이 밤 하늘을 가득 채웠다.
"저는 지수씨가 저 별 처럼 빛나보였어요"
"...."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전쟁고아에요 연고지가 없고 유니온.. 이 쪽 뉴욕 지부장님에게 거둬져 유니온의 일을 돕고 있죠 사실 유니온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는게 맞아요"
"...."
"그래서 다른 사람이 오는건 처음이에요 기뻣어요 당신은 어땟나요?"
"...이상한 곳이였어 아무것도 없고 꼭 아무도 모르는 장소 같은 느낌"
"그쵸? 맞는 말이에요 바깥에선 우리를 아무도 몰라요 그치만 지부장님 일이 해결되면 바깥에서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당신 일에 다들 그리 적극적으로 하는거에요"
"....하지만 편했어"
"네?"
"나를 편견없이 나로 봐줘서 좋았어.."
"...."
"난 차원종만 싸우는데 자꾸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해.. 두려워하고.. 유니온에서조차도 나를 그렇게 봐"
"그거 참 너무하네요 영웅인데"
나지막히 울리는 목소리에 점점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의 어깨에 기댄 그녀가 같은 밤하늘을 보며 물었다
"...바깥에 나가면 뭐가 하고 싶어?"
"음... 애들을..가르키고 싶달까 누군가를 가르키고 싶었어요"
"어울리네"
"지수씨는요?"
"난 그냥 때때로.....평범해지고 싶어"
"...당신다운 소망이네요"
"그래도 나는 사람들을 지켜야해 유니온과 상관없이 싸우면서 결심했거든"
"...."
어찌 그녀는 이리도 무너지지 않을까
몇 년을 이 섬에 살면서 붙잡히지않는 희망에 목메여 자유를 갈망하는 자신과 다르게 스스로에게 족쇄를 거는 그녀가 왜자꾸 눈길이 갔는지
애달프고 이쁘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지
"그러면 당신은 제가 지켜드려야겠네요"
"....네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뭘 믿고 무슨 능력이 있어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자신을 몰라사 하는 말인지 못미덥고 불안하기만 해야하는데 왜 자신의 마음은
저 말에 이리도 따스하게 온기를 느기끼고 기대게 되는지 






"2달전에 보낸 건블레이드 이후로는 무기 수치에 대한 데이터는 일절 요구하지도 않고 왜 자꾸 DNA표본을 보내달라는거지?"
"무기 데이터야 지수양이 복귀했으니 그려러니 하지만.. 올때마다 요구하는게 혈청이나 샘플비교를 해달라고 하니까 무엇보다 비교 대상 샘플 어디서 가져오는거길래 지수양이랑 이리 비슷해?"
잔뜩 노후된 기기들 앞에서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던 그들의 뒤에서 나는 인기척에 서둘러 입을 닫았다
언제부터인가 짙어진 다크서클이 몇 일 밤을 못잔걸 증명해주듯 어딘가에 메달린 사람마냥 그는 절박하고 불안정해보였다
모를리 없었다 이 데이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식에 이용이 될건지 전문분야가 아니더라도 대놓고 써져있는 보고서와 가설등이 같이 날아온 날에는 더욱 확신에 가까웠다
"불안하게 자꾸 데이터 삭제 요청이 들어오네요 평소같으면 기뻐할텐데 찜찜하게"
"저.. 근데 팀장님.. 지수양 이번 호르몬 데이터 다른거는.. 보고를 올릴까요..?"


팀원의 물음에 그는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대충 날 이용해서 뭔가 하고 있다는건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왜 도망가지않냐니 이제와서? 당신도 그렇지만 나 역시도 유니온에 묶여있어 세계 어딜가든 날 찾아낼거야
예전부터 유니온은 이상했어 수상쩍고 그래서 함부로 내 얘기도 안한다구 뭐 무슨 일 생기면 힘으로 엎으면 되니까 괜찮아 나 하나로 해결되는 일이면...
몇 일 전 측정을 위해 잠깐 들렀던 그녀였다
굳이 서로가 얘기하지않았다 각자 서로에 대해 모를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 알면서도 막지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참을 수 가 없었다 단 한마디도 못한채 그녀를 밀어넣는것만 같아서
계속 설득해보고 방도를 구해도 한정적인 장소에 연고가 없는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는게 화가나고 비참하고 억울했다



갑자기 기지가 흔들리면서 어수선해지며 점차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고민을 닫고 원인을 찾던 그는 믿을 수 없는 보고를 듣는데
"큰...큰일 났어요!!! 차원종이..!! 차원종이 나타났어요!!"
"뭐?"
저릿하게 들리는 비명소리와 코끝에 달리는 희미향 철향이 그와 그들의 희망을 철저히 부수면서 절망을 더욱히 부추겼다







검은 연기가 자욱히 깔린 폐허를 조용히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몇 일 전 대화한 내용이 자꾸만 생각나서 보고도 없이 불현듯이 온 건데 온전히 있어야 할 낡은 건물과 시설들이 망가지고 무너진 채 그녀를 맞이했다
차원종이 안나온다고 안정하다고 그래서 위상능력자가 없는거라고 몇 번이고 그녀를 안심했던 말이 오늘따라 왜이리 원망스러운지
코끝에 피어오르는 익숙한 냄새에 오히려 담담해지는 자신이 이 상황이 익숙한게 죄악인마냥 한 없이 제발만을 입에 단채 강제로 힘으로 뒤집고 들어갔다

웃으면서 얘기했던 사람들이 소소하게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이 차가운 바닥에 몸을 맡긴채 미동도 없이
아무것도 못한채 그저 그렇게 하찮게 널부러져 있었다
선명한 핏자국과 열기와 잔해들이 그동안 있었던 공포와 절망을 비추어주듯 그녀를 안 쪽으로 인도했다

언제가 피곤한 기색으로 자신을 마중나오던 안 쪽 방에 다다르자 그녀의 걸음이 빨라졌다
정신없이 방 안을 둘러보던 그녀가 대형 스크린 앞 쪽에 닿았다

"차원종.. 안나온다면서"
"...그러..게요"
자신은 안다 알 수 밖에 없다 한 두번 본게 아니니까 그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기서 자기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너무나도 잘안다
조심스레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던 그의 몸을 천천히 안아들며 조금이나마 배에서 새어나오는 피들을 뒤늦게 나마 막아본다
"...당신의..호르몬 수치..바꿔놨어.. 아무도 모를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
"유니온이 무슨 짓을 할 지 몰라서.. 당신을 지키지 못해서.. 적어도.. 적어도..."
"...나 두고 가지마.."
"...딸이...엄마한테 좋다고 하던데.....근데 아들이면...좋겠다...."
일그러진 금빛 눈동자가 무너져 내리며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제발...제발...가지마...."
"...못난 아빠 대신에.. 엄마를 부탁한다..."
힘없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듯 손이 서서히 그녀의 얼굴에 다가가 조심스레 보듬는다
"바보야..그러지마.. 곁에 있어줘...제발...."
"......"
"......"
"......"
"......"
차가워지는 온기가 힘없이 늘어지는 근육이 굳어지는 피들이 
세상이 정지되는 느낌마냥 미세한 감각으로 느껴진다


[나 어제 꿈 꿧어]
[요즘 몸도 나른하고 열 나는거 같은데 괜찮아요?]
[밤에..무수한 별이 떨어지면서 그중에 크고 이쁜 별이 내품으로 들어왔어.. 그래서 꼭 안아줬어]
[...]
[울어?]
죽을 때가 되면 주마등이 스쳐 지나간다고 하던가
왜 하필 그때의 대화가 희미하게 사라져가면서 보이는지 좀 더 곁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녀의 온기가 서서히 멀어져가는 것을 느낀다









"장난해? 애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고?"
미하엘의 완벽한 얼굴이 잔뜩 찡그러 지면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미 그쪽에서 데이터를 전부 소거했습니다 시설에 가봤지만 핏자국도 섞인대다가 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백업 데이터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데이터를 수정한 자가 한거 같은데 시체가 없으니..."
"후...그래서 알파퀸은 어쩐다고하지?"
"일단 자기는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아들과 연관된 일이나 아들까지 같은 짓을 했다간 가만두지 않겠다고.. 일부 시설을 아에 망가뜨려 둔데다가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프군..."
강하게 주먹을 말았다 쥐었다를 몇 번 반복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현재 계획으로 제일 좋게 써먹을 수 있는 표본덩어리가 눈 앞에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떼어 두는건 힘들거 같습니다.."
"이렇게 끝까지 애먹게하는군.."
이때까지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를 이딴식으로 갚다니 얼굴을 곱씹으며 얘기하고 싶지만 얼굴도 이름도 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들을
욕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을 수 밖에 라고 현실과 타협하려기엔 아직 그에겐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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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클로저 요원간의 소설이 많길래 서지수랑 세하아빠 중심으로 적어보았습니다 ㅂ
도대체 세하아빠는 서지수를 어찌 꼬신건지 언제 만나서 연애하고 한건지 원 계획은 좀 더 길게 장편으로 풀어볼 생각이였는데
공모전 겸 짧게 단편으로 맛만보고자 이번에 써봤습니다
아무래도 세하아빠에 대한 떡밥이 적고 이번 승급시험때 언급이 되어서 차마 이런 공홈에서 저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조심스러웠네요
여튼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제 글을 다 읽어주신거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해 하는 일이 다 잘되고 이루어지길 빕니다


2024-10-24 22:10: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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